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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초유의 국가 부도
1997년 겨울 대한민국은 사상 초유의 국가 부도라는 절망 앞에 섰습니다.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그날, 수많은 기업이 무너졌고, 거리엔 실직자들이 넘쳐났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경제 시스템의 붕괴, 그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민들은 문민정부의 출범에 환호하며,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찾아올 경제 도약의 꿈을 믿고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이다”라는 기대감이 대한민국을 가득 채우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기,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그 기대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수십만 톤 규모의 설비가 완공되고, 산업단지가 들어서며,
세계 시장을 향한 도전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질문은 달라졌습니다. 국가가 무너진 지금, 석유화학산업의 질주는 끝나는가. 아니면, 이 절망 속에서도 다시 태어날 수 있는가. 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한 그날, 수많은 기업이 무너졌고, 거리엔 실직자들이 넘쳐났습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경제 시스템의 붕괴, 그것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국민들은 문민정부의 출범에 환호하며,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찾아올 경제 도약의 꿈을 믿고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이다”라는 기대감이 대한민국을 가득 채우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시기,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그 기대의 중심에 서 있었습니다. 수십만 톤 규모의 설비가 완공되고, 산업단지가 들어서며, 세계 시장을 향한 도전이 멈추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질문은 달라졌습니다. 국가가 무너진 지금, 석유화학산업의 질주는 끝나는가. 아니면, 이 절망 속에서도 다시 태어날 수 있는가.
1991년 – 민주화의 지역 뿌리와 함께 성장한 석유화학
1991년, 대한민국은 지방자치제를 일부 부활시키며 민주주의의 지역 기반을 다지는 시기였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산업계도 지역 중심의 성장 전략을 펼쳤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대산 석유화학단지의 완공입니다. 에틸렌 연산 35만 톤 규모의 NCC 설비가 본격 가동되며 충남 서산 지역은 대한민국 화학산업의 심장으로 떠올랐습니다.같은 해, 럭키석유화학(현 LG화학)은 여수에, 한양화학(현 한화솔루션)은 울산에 NCC를 가동하며, 남부권 석유화학 축이 확고히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마치 정치가 중앙에서 지방으로 권한을 넘긴 것처럼, 산업도 지역 분산형 성장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던 순간이었습니다.
1992년 – 문민정부의 예고와 과잉투자 경고
1992년, 유엔에 남북이 동시에 가입하며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도약하는 해였고, 대선에서는 김영삼 후보가 당선되어 최초의 문민정부 출범을 예고했습니다. 정치의 개방성과 더불어 산업계는 거침없는 확장을 이어갔지만, 정부는 과잉투자를 경고하며 ‘석유화학 투자지도방안’을 발표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석유화학은 에틸렌 생산 능력을 증설하였으며, 기업들의 확장 열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정치권은 문민화로, 산업계는 민영화와 효율화로 나아가던 과도기, 이 시기 정부는 시장에 대한 통제와 자율 사이의 줄다리기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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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 사회 불신 속, 삼성의 석유화학 진출
1994년, 성수대교 붕괴는 산업화의 그늘이자 시스템 붕괴의 상징이었습니다. 국민은 분노했고, 시스템의 총체적 점검이 요구되었습니다. 그러나 산업계는 여전히 공격적이었습니다. 삼성석유화학이 신규 NCC 설비를 가동하며 본격적으로 석유화학산업에 진입한 것도 이때였습니다. 이는 재벌그룹들이 미래 먹거리를 화학산업에서 찾으려는 의지였고, 삼성의 등장은 석유화학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95년 – 지방분권과 산업 비전의 교차점
1995년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 이는 행정뿐 아니라 산업 정책에서도 지역 맞춤형 전략 필요성을 강하게 시사하였습니다. 같은 해, 통상산업부는 ‘2000년대 산업비전과 전략’을 발표하며 석유화학산업을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전환할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시기 석유화학협의회는 NCC 사장단 간담회를 열고 업계 현안을 공유하며, 경쟁과 협력의 균형점을 모색했습니다. 정치적 분권과 산업적 공동체의 비전이 만나는 장면이 바로 1995년이었습니다.
1996년 – OECD 가입과 수출형 화학산업의 도약
1996년, 한국은 OECD에 공식 가입하며 선진국 클럽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외교적 성과는 곧 산업계의 수출 확대와 글로벌 전략 강화로 이어졌습니다. 이 해, 유공(현 SK지오센트릭)은 PE·PP 공장을, 삼성종합화학은 TPA 공장을 완공하면서, 범용제품뿐 아니라 고부가 제품 생산체제를 구축하였습니다.국가가 글로벌 스탠다드에 합류한 것처럼, 석유화학도 글로벌 공급자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1997년 – 환란의 그림자와 석유화학 산업의 갈림길
1997년 11월 21일, 대한민국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며 전 국민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환율 폭등, 내수 붕괴, 대기업 도산… 산업계 전체가 흔들리는 와중에, 석유화학산업도 수요 급감과 자금난에 휘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와중에 정부는 석유화학 수출입 승인제를 폐지하고, 석유가격 자유화를 단행하며 시장 자율의 시대를 선언했습니다. LG화학은 동서석유화학을 인수하면서 위기 속에서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습니다.생존과 재편, 이 두 단어가 산업계의 키워드였던 해였습니다.
1998년 – 정권 교체와 화학산업 구조조정의 시작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고 정리해고제가 도입되며 구조조정이 공식화되었습니다. 산업계도 생존을 위해 비핵심 사업 매각에 나섰고, 외국 자본은 이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프랑스 ElfAtochem은 한화의 PMMA 사업을, 독일 Degussa는 LG화학의 카본블랙 사업을,미국 클램바야는 금호석유화학의 카본블랙 사업을 인수하며, 석유화학 산업의 글로벌 M&A 시대가 개막됩니다. 또한 산업연구원은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하며 산업의 미래 체질을 논의하기 시작했습니다.
1999년 – 국민통합과 기업 공동체 정신의 시작
1999년은 정치적으로는 금강산 관광 시작과 기초생활보장제 도입 등 국민통합을 강조하던 시기였습니다.이런 흐름 속에서 기업들도 공동체와 책임경영을 강화해 나갔습니다.
Responsible Care(RC) 한국협의회 창립으로 환경과 안전에 대한 윤리경영이 본격화되었고, DL케미칼(구 대림산업)·한화·OCI는 공동으로 YNCC(여천NCC)를 설립, 에틸렌 생산을 전담하는 합작 법인으로 위기 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습니다.
🏭 1991~1999년 석유화학산업 주요 연혁 도표
| 1991 | • 대산 석유화학단지 완공 (NCC, 에틸렌 연산 35만 톤) • LG화학(구 럭키석유화학), 여수공장 NCC 가동 (35만 톤) • 한양화학(현 한화솔루션), NCC 가동 (25만 톤) |
| 1992 | • 정부, 석유화학 투자지도방안 발표 • 한국석유화학, NCC 증설 (에틸렌 35만 톤) |
| 1994 | • 삼성석유화학, 신규 NCC 설비 가동 |
| 1995 | • 통상산업부, ‘2000년대 산업비전과 전략’ 발표 • 석유화학협의회, NCC 사장단 간담회 운영 |
| 1996 | • 유공(현 SK지오센트릭), PE(13.5만 톤)·PP(15만 톤) 공장 완공 • 삼성종합화학(현 한화솔루션), TPA 공장 완공 (35만 톤) |
| 1997 | • IMF 외환위기 속, 산업계 구조조정 본격화 • 통상산업부, 석유화학 수출입 승인제 폐지 및 석유가격 자유화 • LG화학, 동서석유화학 인수 |
| 1998 | • ElfAtochem(프랑스), 한화 PMMA 사업 인수 • Degussa(독일), LG화학 카본블랙 사업 인수 • 클램바야(미국), 금호석유화학 카본블랙 사업 인수 • 산업연구원, 석유화학 구조조정 방향 의견 제출 |
| 1999 | • 한국RC협의회(Responsible Care) 창립 • DL케미칼(구 대림산업)·한화·OCI, YNCC(여천NCC) 설립 |
절벽 끝에서 다시 태어난 산업, 그리고 다가올 2000년대의 시험대
1990년대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거대한 진자처럼 한쪽 끝에서는 고도 성장의 정점을, 다른 한쪽 끝에서는 IMF라는 국가적 재난 속 구조조정의 바닥을 동시에 경험한 시기였습니다.초반에는 설비 증설과 산업단지 완공으로 전례 없는 호황을 누렸고, 정치적 민주화와 경제 자유화 흐름에 발맞춰 대한민국의 산업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견인차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1997년, 국가가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모든 계획은 좌초 위기를 맞았고, 수익성, 효율성, 생존이라는 단어가 산업계의 키워드로 급변하였습니다. 이 시기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선택을 강요받았습니다. 덩치를 줄일 것인가, 경쟁력을 키울 것인가. 그리고 그 선택의 끝에는 글로벌 M&A, 합작 법인 설립, 책임경영 도입이라는 생존을 넘어 진화하는 산업의 모습이 서서히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한국 석유화학산업은 새로운 시대, 2000년대라는 무대 앞에 서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 글로벌 자본의 유입, 그리고 친환경과 고부가가치라는 새로운 질서 속에서 과연 이 산업은 또 한 번의 도약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한 차례 쓰라린 위기를 이겨낸 만큼, 그들의 다음 이야기는 단순한 회복이 아닌 '재창조'가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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